이 책은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의 초기작으로 극적으로 발굴된 작품이다. 《세계 여행을 떠난 펭귄, 화이트블랙》은 1937년 한스가 파리 세계 박람회의 브라질관에서 일할 때 구상한 작품이다. 한스는 펭귄 전시장 건너편에서 일했는데, 이 별난 동물들을 그리고 캐릭터를 창조하면서 무척 즐거워했다고 한다.
마침내 한스와 그의 부인인 마르그레트는 펭귄 화이트블랙의 모험담의 밑그림을 그렸고, 나중에 이 원고를 자전거에 묶고서 파리를 탈출했다. 그 후 오랫동안 레이 부부의 집에서 잠자고 있던 이 작품은 마르그레트 레이가 죽은 지 2년이 지난 어느날 전시회에서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의 미발표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빛을 보게 되었다.
<개구쟁이 꼬마 원숭이 조지> 시리즈에서도 그랬듯이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는 어른들의 규칙과 틀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노는 방법을 터득하는 어린이들의 일면을 《세계 여행을 떠난 펭귄, 화이트블랙》에서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꼬마 원숭이 조지 못지않은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펭귄, 화이트블랙은 우리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원숭이 조지와 펭귄 화이트블랙에게 푹 빠져들어 좌충우돌의 모험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것.
《세계 여행을 떠난 펭귄, 화이트블랙》은 교훈의 전달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펭귄 화이트블랙을 통해 꾸밈없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어린 독자들을 신나게 하는 그림책이다.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의 초기작으로서 훌륭한 표본인 《세계 여행을 떠난 펭귄, 화이트블랙》은 작가 특유의 프랑스풍 수채화로 그려졌고, 한스와 마르그레트 부부 두 사람이 함께 불어넣은 어린이다움과 유머가 한껏 담겨 있다.

펭귄나라 라보눈 방송국의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꾼인 펭귄 화이트블랙에게 걱정이 생겼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졌기 때문. 화이트블랙은 여행을 다니며 이야깃거리를 모으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생긴 배를 타고 드디어 출발한 화이트블랙. 그런데 배가 빙산에 부딪히는 등 처음부터 여행은 만만치가 않다. 허리에 밧줄을 묶고는 헤엄치던 화이트블랙은 군함을 보고는 군함에 올라가 구경을 하기도 하고 해군 병사들의 눈을 피해 대포 안에 숨었다가 총알처럼 쓩 하고 멀리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대포알처럼 날아가 닿게 된 육지에서는 타조 가족들을 만나기도 하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여행하기도 한다. 뜨거운 사막에서 탐험가를 만나게 된 화이트블랙. 화이트블랙은 이제 펭귄나라로 돌아가고 싶다. 탐험가는 비행기 위에 화이트블랙이 탈 수 있도록 상자를 만들어 주고, 비행기가 도시와 강과 들판과 숲 위를 지나 마침내 펭귄나라 근처의 바다에 이르러 화이트블랙은 몸을 숙이다 바다에 풍덩 빠진다. 고기잡이 그물에 빠져 고기잡이배의 고기 창고에 던져진 화이트블랙은 밤이 되자 그물을 끌고 고기를 잔뜩 잡아 펭귄나라로 향한다. 이야깃거리와 근사한 선물을 가지고 집으로 헤엄쳐가는 화이트블랙. 드디어 화이트블랙은 친구들과 가족들의 환영을 받으며 펭귄나라에 무사히 돌아온다. 펭귄나라는 화이트블랙이 가지고 온 물고기로 잔치를 벌이고, 화이트블랙은 라보눈 방송국에서 특별 방송을 한다. 친구들은 ‘펭귄나라의 영웅 화이트블랙’이라고 쓴 커다란 눈 조각상을 만들어 준다. 그 조각상은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