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빈의 모순과 타협 속에 핀 꽃 『클림트』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을 무대로 활동했던 화가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는 고흐나 고갱, 칸딘스키나 피카소와 같은 현대 미술의 대가들과는 다른 지점에 자리한다. 세련되고 장식적이며 때로 퇴폐적이라는 평을 받는 클림트의 작품은 19세기 말을 대표하지도, 20세기에 속하지도 않는 모호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책은 구상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일견 현대 미술의 추상화 경향을 예시하는 클림트의 매혹적인 작품에 대한 학술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안내서이다. 저자 프랭크 휘트포드는 클림트에 대한 기록과 증언, 당대 빈의 정치, 문화, 역사에 관한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클림트의 회화와 개성을 드러낸다. 그 결과 클림트의 작업이 전통과 현대, 구상과 비구상 미술 사이의 경계선상에서 놀라운 타협점을 찾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클림트의 작품은 섬세하고 에로틱한 초상에서부터 풍성하게 문양화된 풍경, 불가사의한 우의적 구성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또한 그 화려하고 장식적인 양식은 추상과 맞닿는다. 공공 주문작을 거절하면서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야 했던 클림트는 결국 빈의 모더니즘 지도자, 당대의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 독창적 풍경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특한 장식체계의 창시자가 되었다. 단순한 개설서의 수준을 넘어서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쓴『클림트』는 그의 작품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만 갖고 있던 독자들이나 클림트에 관한 자료에 목말라하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더불어 세련되고 장식적이며 일면 현실도피적인 취향의 클림트와, 실존적 문제에 격렬하게 직접 대면한 다음 세대 화가 에곤 실레를 비교해보는 좋은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