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바버러 쿠니가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의 한 이야기를 개작하고 거기에다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바버러 쿠니는 글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 그림으로 칼데콧 상을 받았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1390년대에 쓰여진, 영국의 대문호 제프리 초서의 대표작으로 중세의 3대 저서 가운데 하나로 聖토마스 베켓의 유골이 있는 캔터베리로 순례를 떠나는 30여명의 순례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모음과 순례자들간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야기, 《챈티클리어와 여우》는 순례자들 가운데에서 수녀원장이 들려 준 이야기이다. 들장미 원장님이라고 불리는 수녀원장은 행동이 반듯하고 예의가 바르며 자비롭고 동정심이 많은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수녀원장답게 그가 하는 이야기 곳곳에는 신앙심과 기독교적인 교훈이 묻어 있다. 이 이야기에는 왕자처럼 당당한 수탉 챈티클리어와 그 챈티클리어에게 총애를 받는, 왕후와 같은 암탉 파틀렛과 꾀많은 여우와 가난한 농장 주인인 과부가 등장한다. 챈티클리어는 전날 새벽에 꾼 꿈처럼, 여우에게 속아서 목숨이 다급해지는데 그것을 지혜롭게 잘 극복한다. 챈티클리어가 위기에 처하게 된 까닭은, 꿈을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위험이 닥칠 것을 경고받았지만 어여쁜 부인의 달콤한 말에서 위안을 얻으려 했을 뿐 본인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프리 초서는 챈티클리어의 예를 보이며 몸에는 나쁘지만 맛은 단 약과 같은, 교언영색하는 간신과 왕후를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충심으로 신을 섬겨야 하며, 검소하게,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바버러 쿠니는 가난한 과부의 생활을 초서의 원문에 묘사된 대로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가난한 농장의 모습을 단지 몇 가지 색깔로만 잘 살렸고, 여백은 많으나 부분의 묘사는 섬세하고 정확하다. 오래된 농가며, 나무들이며, 게걸스러운 돼지들이며, 털이 폭신해 보이는 양이며. 특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이 나오는 식물들과 챈티클리어에 대한 묘사는 가히 압권이다. 불필요한 그림은 하나도 없어 분명하고 깨끗한데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들이다. 무엇보다도 내용의 시대적 배경인 중세의 분위기를 더할 나위없이 잘 표현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