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데기》는 신화가 점차 민담으로 바뀐 이야기입니다. 무속에서는 버리데기를 ‘바리공주’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원조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무조 신화’라고도 하지요. 무당들이 버리데기를 신성시하는 이유는 버리데기가 서천에서 약수를 구해 와 죽은 아버지를 살려 낸 것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병을 고쳤기 때문에 무당들이 버리데기를 조상으로 삼은 것이지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베푸는 ‘지노귀굿’, ‘씻김굿’, ‘오구굿’ 등의 굿에서 버리데기 이야기가 구연됩니다.

딸을 내리 여섯을 낳은 부자가 일곱째도 딸을 낳습니다. 화가 난 부자는 갓난아기를 산에 갖다 버립니다. 이름도 ‘버리다’는 뜻에서 ‘버리데기’가 되었지요. 그런데 학이 날아와 버려진 아이를 돌보아 줍니다. 부자는 화가 나서 버리데기를 돼지에게도 던져 주고, 구렁이에게도 던져 줍니다. 그런데 오히려 돼지와 구렁이가 도망을 갑니다. 그러자 버리데기를 상자에 넣어 강물에 버리는데, 산골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버리데기를 발견하여 잘 키웁니다. 세월이 흘러 여섯 딸은 모두 시집을 가고, 아버지는 병이 들고 맙니다. 서천 시약산의 약수로만 고칠 수 있다는데, 정성 들여 키운 여섯 딸은 모두 약을 구하러 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버리데기는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기꺼이 약수를 구해 와 죽은 아버지를 다시 살리지요.

태어나자마자 자기를 버렸던 부모를 용서하고, 죽은 아버지를 다시 살리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버린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버리데기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버리데기》에서 우리는 부모에 대한 효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물질적인 효가 아니라, 나를 이 세상에 낳아 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효입니다.

버리데기는 약수를 구하러 가는 길에 넓은 꽃밭에서 숨살이 꽃, 살살이 꽃, 피살이 꽃을 땁니다. 버리데기가 꺾어 온 꽃들은 나중에 아버지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여기서 꽃은 저승 또는 생명을 의미합니다. 상여를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나, 꽃으로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입니다. 그리고 버리데기가 아홉 들판, 아홉 강, 아홉 고개를 지나는 등 ‘아홉’이라는 숫자가 되풀이해서 나오는데 이는 수적으로 아주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숫자 ‘9’는 예로부터 높고, 깊고, 많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넓은 하늘을 뜻할 때 ‘구천’이라고 하고, 하늘 꼭대기에서 땅속까지를 ‘구천구지’라고 하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는 것을 ‘구사일생’이라고 하는 데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버리데기는 있는 힘을 다해,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맞으면서도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힘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약수가 있는 서천은 저승을 말하기도 하고 지금의 인도를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멀고 먼 곳, 구만리나 되는 험한 곳을 의미합니다. 버리데기는 서천 시약산의 약수를 구하러 가면서 몇 번이나 어려운 과제를 만납니다. 아슬아슬한 고비들은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해 줄 것입니다.

최인학 (아동문학가·인하대학교 명예교수)



- 옛이야기의 원형 그대로!
-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 엄선!
- 옛이야기의 맛이 살아나는 입말체
- 옛이야기의 반복 구조를 통한 우리말의 묘미!
- 국내외 정상급 화가들이 참여한 완성도 있는 그림
- 부모님이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의 작품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