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안의 대를 잇는 큰아들을 귀하게 여겼습니다. 큰아들을 위해서 다른 자식들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큰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는 장자상속제도만 보아도 이런 사실을 쉽게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옛이야기에는 동생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을 보상해 주고 위로해 주는 내용이 많습니다. 대부분 형은 나쁘게, 동생은 착하게 묘사하고 권선징악 사상을 형제의 갈등에 대입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요. 이것은 옛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은 악하거나 선합니다. 그 중간은 없습니다. 《착한 동생 못된 형》에서도 못된 형이 착한 동생을 괴롭히는 대립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착한 동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형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확연히 다른 두 인물은 결국 어떻게 될까요?

옛날에 두 형제가 살았습니다. 형은 못되고 게을렀고, 동생은 착하고 부지런했습니다. 어느 날, 형제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갑니다. 형은 빈둥빈둥 놀다가 동생의 나뭇짐을 보고 욕심을 내지요. 그래서 동생의 눈에 흙을 뿌리고는 나뭇짐을 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착한 동생은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게 되지요. 그러나 도깨비의 도움으로 눈도 뜨고, 부자도 됩니다. 게다가 세월이 지나 거지가 된 형이 찾아왔을 때 동생은 형을 후하게 대접하고 자신이 부자가 된 까닭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지요. 욕심 많은 형은 동생을 흉내 내어 부자가 되려다가 도깨비들에게 잡혀 실컷 매를 맞습니다.

《착한 동생 못된 형》에는 도깨비가 등장합니다. 옛이야기에서 도깨비는 완전한 신도 아니고, 완전한 인간도 아닌 중간적 존재입니다. 신성을 지녔기 때문에 많은 비밀을 알고 있으며, 그 비밀들을 이용하여 착한 사람을 돕기도 합니다. 한편 심보 나쁜 사람을 무섭고 짓궂은 장난으로 직접 혼내 주기도 하지요. 《착한 동생 못된 형》에서도 도깨비는 동생의 눈을 뜨게 하는 비밀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이 없어 고생하는 마을에 물이 나오게 하는 비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잣집 외동딸의 병을 낫게 하는 비밀도 알고 있지요. 도깨비들이 알고 있는 비밀을 엿들은 동생은 이 방법들로 많은 재물을 얻어 부자가 됩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신비한 존재는 지네입니다. 옛이야기에서 지네는 인간의 생명과 질병을 다스리는 조정자로 종종 등장합니다. 부잣집 외동딸이 병을 앓는 것도, 지네를 죽여야만 외동딸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입니다.

《착한 동생 못된 형》은 가족 간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줍니다. 동생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잘 여문 요 개암, 아버지 갖다 드려야지.”에서 잘 드러납니다. 개암이 떨어질 때마다 동생은 가족을 생각합니다. 자기가 먹을 것은 맨 마지막에 챙기지요. 동생은 이런 착한 마음 덕분에 많은 재물을 얻고 부잣집 사위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형은 개암이 떨어질 때마다 모두 자기가 먹겠다고 합니다. 이런 욕심 탓에 형은 벌을 받습니다. 이처럼 《착한 동생 못된 형》은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

최인학 (아동문학가·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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