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누구나 소중하고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가 원유순의 신작!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거든!
난 엄마 아빠가 바라는 꿈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꿈을 꿀 거야!”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꿈은 어떤 의미일까? 꿈을 꾸고 있기는 할까? 어른만큼이나 팍팍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이지만 그중에는 과학자나 선생님, 또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아이도 있을 테고, 시험에서 일 등을 하는 것이 꿈인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세 아이들도 각자 꿈을 꾼다. 아직 제대로 꿈을 찾지 못한 신우나 미선이와 달리, 정우는 성형외과 의사가 꿈이다. 하지만 미선이의 말처럼 그것이 정말 정우 자신의 꿈인지 아니면 엄마 아빠가 바라는 꿈인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국제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무조건 만점만 받으라는 엄마 아빠 때문에 정우는 온갖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깨닫기 전에, 우리 아이들은 정우처럼 공부와 씨름하기 바쁘다.
작가 원유순은 그간 오늘을 사는 아이들의 고민을 잘 읽어 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해결 방법을 제시해 왔다. 이 책에서 역시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는 어른들 생각 때문에 바르게 자랄 기회마저 잃어버린 아이들을 보여 주며, 스스로 꿈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누구나 소중하고 꼭 필요한 사람임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작품임에 틀림없다.


▶ “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 진짜 꿈을 찾도록 용기를 주는 이야기
주인공 신우는 벌 청소마저도 기쁜 마음으로 하는 낙천적인 아이이다. 하지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말썽꾸러기로 낙인찍힌다. 반 아이들도 따돌림을 당하는 신우를 도와주기는커녕 함께 웃기 바쁘다. 신우의 짝꿍 미선이는 과일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지만 그런 개성은 중요하지 않다.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반평균을 깎아 먹는 아이라고 타박이 심하다. 이에 비해 반장 정우는 말 그대로 모범생으로 여겨진다. 선생님 몰래 신우를 괴롭히는 못된 아이이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우의 말에 반 아이들은 꼼짝 못한다.

내가 아무리 바른 말을 해도 우리 선생님은 믿지 않는다. 원래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 말은 다 옳고, 나처럼 공부가 바닥인 애들 말은 모두가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 본문 중에서

“할머니, 있잖아요. 얘, 공부 엄청 잘하는 애예요. 전교 일 등이거든요.”
“오, 그래. 그럼 너도 같이 가자. 아이스크림 사 줄게.”
할머니 얼굴이 금세 환해지고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졌다. - 본문 중에서

“어른들은 우리를 공부하는 기계로 아나 봐. 그렇지?”
“맞아, 기계도 가끔 쉬어야 하는데.” - 본문 중에서

시험 점수로만 아이들을 평가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시선이 아이들의 삶을 틀어 놓았다. 그런 시선에 익숙한 아이들은 당연히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정우가 꼭 만점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결국 커닝까지 하게 되는 정우는 어른들에 의해 내몰린 아이들의 극단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강하다고 말한다. 꿈이 있기에 스스로 꿈을 향해 나아갈 정도로 씩씩하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공부를 못해도 누구나 잘하는 게 있고, 모두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가의 이런 시각은 신우의 부모와 미선이의 아빠에게 투영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건을 통해 조금씩 변화한다.

“과일과 떡볶이처럼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음식을 찾아내든가, 아니면 과일을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조각품을 만들어 보든가……. 아무튼 계속 연구 중이야. 그게 어떤 공부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노는 게 더 재미있어.” - 본문 중에서

분명한 것은 이미선이 이정우보다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다. 나는 오늘부터 당장 두꺼비 집 짓는 연습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 본문 중에서

“미안하지만 모두 조용히 해 줬으면 좋겠어.”
정우가 ‘미안하지만’이라고 한 것을 떠올리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알기로 이정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런 식의 말투를 쓴 적이 없었다. - 본문 중에서

미선이는 흔들림이 없다. 복숭아 떡볶이 아이디어를 주고 신우네 엄마 아빠한테 칭찬을 받은 뒤에는 과일을 가지고 뭔가를 해 보려는 진짜 꿈을 위해 더 열심히 놀기로 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주는 학원 등록증을 버린다. 신우는 긍정적인 성격대로 어느새 정우를 용서하고 미선이와 함께 대박 음식점을 경영하는 꿈을 꿔 본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미선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두꺼비 집 짓는 것부터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중인격자였던 정우 역시 달라진다. 반 아이들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난다. 신우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 뒤 신우에게 그동안의 일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또 엄마 아빠에게는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자신의 의사를 밝힌다.
이처럼 세 아이 모두 불확실하지만 꿈을 향해 한 발씩 내딛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모두가 소중한 아이이고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일깨운다. 이 책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이유이다.


▶ 흡입력 있는 이야기 속에 아이들의 리얼한 삶을 담은 동화
이야기는 첫 장면부터 흡입력 있게 진행된다. 선생님이 없는 교실에서 선생님보다 더 무섭게 구는 반장 정우의 모습과 복도 청소를 하면서 대걸레를 가지고 장난치는 신우의 모습은 여느 교실에서나 쉽게 봄직하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 역시 리얼하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무시당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친구를 따돌림하기도 한다. 또 어릴 때 친했어도 성적차가 벌어지면 친하게 지내지도 않는다. 이렇게 냉정한 현실은 신우와 정우, 미선이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미선이와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시험 점수가 나쁘면 죄 지은 사람처럼 그래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잠깐 속셈 학원에 다니기는 했지만 석 달 만에 그만두었다. 학원도 학교처럼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다닐 곳이 못 되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또 공부 잘하는 아이의 말만 믿는 선생님, 학원 다니느라 바빠 운동장에서 노는 건 바람과 햇살밖에 없다는 말, 시험 성적이 안 좋은 아이들이 모여 학습 부진아 시험을 보는 모습,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정우가 자살을 생각하는 현실, 전교 일 등이라고 하자 갑자기 달라지는 할머니 태도 등의 묘사는 씁쓸하지만 사실감이 넘친다.
그래서 가방도 벗어 던지고 신발도 벗어 던지고, 놀이터 모랫바닥을 맨발로 뛰며 노는 미선이와 신우의 모습이나 학원을 빼먹고 ‘하늘 붕붕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정우의 모습이 더 안쓰럽게 다가온다. 아이들의 속내를 시원스레 풀어 준 듯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 소재를 끌어오고 그것들을 짜임새 있게 엮어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속에 아이들의 현실과 고민을 담아낸 것이 작가 원유순답다. 또 몇 가지 색으로 세 주인공들의 개성 있는 표정과 행동, 심리를 묘사한 그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 “너희 모두 소중한 아이들이야!” -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감동적인 결말
절대 친구가 될 것 같지 않았던 정우와 신우는 한바탕 싸움 끝에 마음을 연다. 신우의 경우, 정우가 걱정돼 학교 옥상에 따라갔을 때 이미 정우를 친구로 받아들인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좀처럼 마음을 내보이지 않던 자존심 센 정우가 신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언젠가 셋이 함께 두꺼비 집을 만드는 날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은 따뜻하다.
세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던 작가는 신우네 어른들의 말을 빌려 우리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공부는 못해도 튼튼하게 잘만 자라면 됐지, 뭘 그러니?”, “씨름도 하고, 싸움질도 하고, 공부도 하며 크는 거지.”라고. 또한 아직 꿈을 찾지 못했어도 시간은 많으니 실컷 놀면서 생각하라고 전한다.
우리 모두가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원고를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행복한 결말을 통해 읽는 이에게 ‘자신의 소중함’과 ‘진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